김태민 의과대학 의료정보학교실
The shaping of cancer genomes with the regional impact of mutation processes
《Experimental And Molecular Medicine》 IF=12.153, IF Rate 6.926% (Biochemistry & Molecular Biology)
▶ 2004-2007년 질병관리본부 공중보건의사
▶ 2008-2012년 Harvard Medical School CBMI(Center for Biomedical Informatics) Post.Doc.
▶ 2013년 Cell지 외 암유전학관련 논문 주저자 30편 이상
▶ 2023년 한국생명정보학회 부회장, 2019년 온빛상 수상 등
암 유전체를 읽는 기술, NGS
2001년 인간의 전체 유전체 지도인 ‘draft genome’이 대중에 공개되었다. 사람 한 명의 유전체를 1990년부터 10년 간 분석한 Human Genome Project의 결과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면서 “Genome”이라는 유전체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유전학(Genetics)에서 유전체학(Genomics)으로 개념이 변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 차세대 시퀀싱 기술(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이 발전하면서 10년 이상 걸렸던 인간 유전체 해독은 지금은 몇 시간 안에도 이루어진다.
NGS기술의 등장으로 암 유전체를 읽어내는 일도 빠르게 대중화 됐다. ‘읽어낸다’는 표현을 쓴 것은 개인의 유전체를 30억 개의 글자가 쓰여진 커다란 책으로 비유할 때, 30억 개의 글자 전체를 수 일 또는 수 시간 내에 읽어낼 수 있는 대용량 기술이기 때문이다. 암 세포가 가지는 암 유전체와 정상세포가 가지는 정상 유전자체를 각각 읽어낸 후 상호 비교하여 암 유전체에 특이적으로 발생하는 오타, 즉 암 돌연변이를 찾아내는 일도 가능해지면서 암유전체 연구가 고도화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김태민 교수는 차세대시퀀싱을 통해 얻어진 암 유전체 데이터의 연구를 주로 수행해 오고 있다. 위암, 대장암 등 한국인에게 호발하는 다양한 암 종의 돌연변이를 마커로 삼아 암 진화 연구를 수행했고 또한, 면역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종양미세환경 등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최근 기존의 항암면역치료가 재조명되면서 이와 관련한 DNA수준의 기전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으로 마커개념의 기초연구를 암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임상적 의의를 가지는 중개연구로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누구나 함께 하고 싶은 연구자가 되는 것
정밀의학의 목적은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맞춤형 진단,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암 타겟 치료의 개념이 생기면서 암 환자의 삶의 질 또한 혁신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했고, 3세대 면역치료제까지 등장하면서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암 치료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이러한 발전에 근본적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암환자의 유전체 분석이다. 초기 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상피 성장인자 수용체)유전자에 대한 억제제를 타겟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폐암환자의 소수만이 이 약제에 반응성을 나타내었고 그 환자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징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암 정밀의학이 시작되었다. 즉, 암 진단-치료의 마커를 암환자 개인의 유전체에서 찾고자 하는 노력이 암 정밀의학의 시작인 것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아직 인간유전체의 의미를 완벽히 해독하는 수준은 도달하지 못하였지만 EGFR억제제를 통해 얻은 지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암환자에게서 발견되는 다양한 변이들의 임상적인 의미를 도출할 수 있게 된다면 유전체 기반의 많은 임상연구, 특히 암 진단 및 치료기술에도 비약적인 진보가 생길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시간이 갈수록 연구기법들이 전문화 되어 연구자가 혼자서 모든 일을 수행하기 어려워졌고, 때문에 김 교수와 같은 기초 연구자에게 임상 연구자와의 공동연구는 필수적이다. 공동연구 초기에는 기초와 임상의 영역을 명확히 나누는 방식을 선호했지만 그리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를 발판삼아 연구의 거의 모든 단계 – 연구 설계부터 논문 작성까지-에서 충분한 토의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다보니 비로소 공동연구의 시너지가 나기 시작했다. 나아가 임상연구자와의 협업으로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어떠한 치료와 처방을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효과적인 임상적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 생명정보학자로서 김태민 교수가 꿈꾸는 목표이다. “방법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유행에 휩쓸려가기 쉽다고들 하죠. 제가 가진 기술을 끌어올려 누구나 협업하고 싶은 연구자가 되고자 계속 노력 중입니다”
환자에게 도움이 되려면
질병관리본부에서 공중보건의사로 복무하면서 빅데이터를 다루는 것이 미래의학의 중심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분들이 말렸어요. 저처럼 생명정보학을 메인으로 연구하는 분들하고 이야기해보면 선배교수님들께 다 같은 말을 들었더라고요. 그 걸로는 밥 못 먹고 산다고 말이에요. 하하” 당시 너무나 신생학문이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지도 않았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 하지만 김 교수의 연구자로서 신념은 명확했다.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무모한 길로 보일지라도 내 적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연구방향을 찾는 것. 기초의학을 하면서 환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결과를 보기란 힘들지만, 하나라도 환자에게 다다를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라 생각했다.
유학생활에서 익힌 건 문제를 좁고 깊게 보는 습관이었다. 다른 나라의 동료들은 작은 발견에도 환호하고 몰입을 잘 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많이 달랐다. “내가 세운 가설을 증명하려고 실험을 하는데 가설이 맞지 않을 때 포기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하지만 가설을 수정해가면서 좀 더 깊게 연구하는 습관이 중요하더라고요. 어떠한 변혁을 일으킬만한 큰 발견들은 초기의 가설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찾아낸 결과가 많았거든요.”
김 교수는 학부 시절 교수님의 한 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과학 교과서에 실린 한 줄, 한 줄이 모두 논문이라는 것. 5~10년은 노력해야 한 줄을 남길 수 있는 것이고 그 결과가 처방으로 연결되어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기초연구 가치의 위대함을 느꼈다고 한다. ‘내 연구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 만큼 연구자에게 동기부여 되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학계는 빠르게 변화합니다. 전망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죠. 유행을 쫓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적성을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재미로 이어질 수 있고, 재미가 흥미와 관심으로 바뀌어 좋은 결과를 내는 연구자가 될 수 있을 거니까요!”
FROM-CMC는 'Fabulous Researcher Of Month(이달의 연구자), CMC'의 약자로 CMC의 우수 연구자를 소개하는 인터뷰 콘텐츠 입니다.